무지에 대한 반항

-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문예창작학과
옥*협

 

금서. 억압의 사회에서 독서를 통한 지식의 탐구는 금기시되어 왔다. 중국의 문화혁명이 그랬고, 『82년생 김지영』같은 서적을 금기시하는 남성들의 부끄러운 노력 또한 그렇다. 이는 책이 가진 힘을 말해준다. 총칼이 억압의 상징이라면, 책은 해방과 자유의 상징이니까. 때문에 독서는 강요된 무지에 대한 반항이며, 그 자체로 혁명적이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책을 읽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의미 있는 일인가? 다라야는 참혹하고 비참한 현실 속에 있었다. 굶주림과 병은 육체를 갉아 먹었고, 육체의 붕괴는 정신의 붕괴를 야기한다. 그 단계에 최후의 보호 장치가 있다면, 그것은 희망이다. 책은 고립된 현실에 맞서 끊임없이 발견하고 나아가게 해주는 힘이다. 책으로 아사드와 그의 세력을 죽일 수는 없겠지만, 고립과 독재에 굴복하려는 마음은 물리칠 수 있다. 다르위시의 시처럼 희망을 경작하는 것이다.
책은 또한 진통제나 마약이다. 글이 사람들을 다른 세계로 이끄는 것이다. 다라야 시민들의 독서목록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었다. 전쟁 속에서 서구 사회의 성공 습관이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들은 환경의 차이를 읽지 않고 텍스트 그 자체를 읽어냈다. 거기에 더해 해방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냈다. 책이 현실의 도피처가 되어준 것이다. 부정적으로 보이는 ‘도피’라는 단어는 오히려 현실을 살아가는 힘을 준다. 늘 곁에 총을 두고 다른 생각을 못하게끔 하는 것. 그것은 시리아의 억압이 시민들에게 주는 최악의 고문 중 하나다. 때문에 독서는 도피임과 동시에 저항이다.
우리는 한 집단, 특히 비극 속에 있는 집단을 볼 때, 집단 안 개인의 다양성을 경시한다. 시리아 내전 속 반군의 구성, 이슬람에 대한 편견, 죽어가는 이들에 대한 일률적인 동정 등. 그러나 비극 안에도 무수히 많은 개인과 다양성이 있다. 우리가 편협하게 보았던 다라야의 개인들을 그들이 고른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뜻이 같은 이들과 함께하며 개인의 가치와 다양성을 잃지 않는 것은 인간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고자 하는 길이다. 집단과 개인의 공존. 각자에게 맞는 책을 읽으며 투쟁하는 다라야의 시민들의 모습은 내게 집단 안에서 개인을 잃지 않을 힌트를 주었다. 공공의 물감을 짜 개인만의 사고의 팔레트를 채워가는 일.
주말마다 동네에 있는 공공도서관에 간다. 자격증이나 공모전 준비를 위해서이다. 허리가 뻐근할 때면 일어나 제목이 괜찮은 책을 골라온다. 내게 독서는 ‘쉬어가기’다. 지하 비밀도서관에서 탐독했던 아흐마드에게도 책은 정신의 쉼터를 제공했을 것이다. 이러한 공통점을 상상하며 전혀 다른 환경 속에 살아가는 그와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책이 다양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동일성과 친근감을 전해준 것이다.
지하 비밀도서관을 짓고 투쟁했던, 지금도 투쟁하고 있을 전사들을 응원한다. 독재에 맞선 혁명과 동시에 독서를 통한 내면의 혁명을 겪었을 개인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더 이상 시리아 문제에 무지한 채로 살아가지 않겠다는 선언 또한.

[소감문]

요즘 말랐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예전에도 말랐었는데, 더 말랐다고.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닌가보다’하고 넘겼지만,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형편없었다. 살이야 원래 없었지만, 미세하게 붙어있던 근육들이 떨어져 나갔다. 내 선택은 운동에 앞서 닭 가슴살을 사오는 거였다. 일단 먹어야 운동이든 뭐든 할 테니까.
독서에세이 포스터를 보자마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뿐만 아니라 머리도 너무 말라있었으니까.『다라야의 지하 비밀도서관』에 대한 독서 에세이를 쓰는 일은 내게 닭 가슴살을 먹는 일과 같았다. 마른 일상을 움직일 동력이 되는 일. 내 걱정에만 바쁘던 날들 속에서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일. 이렇게 나오는 대로 글을 적어내본 게 언제였더라. 손목이 유쾌하게 저렸다.
이미 많은 걸 받았는데, 정말 감사하게 상까지 받고 상금도 얻게 되었다. 이 돈으로는 고기를 사먹어야겠다. 고기를 사먹고, 단백질 같은 책들을 사야겠다. 내가 말라가지 않게, 독서에세이를 개최하고 진행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 책을 알고, 무지했던 세계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저린 손목에 대해, 살이 좀 붙었을 영혼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