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비춰본 예술가의 쉬어가는 마음

-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사회학과
김*황

 

최순우 선생께서는 우윳빛, 젖빛이라는 표현을 빌려 포근한 달항아리의 형상을 당신의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모습이라 하셨다. 달은 세계 어디에서나 뜨고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는 특징 덕에 많은 예술가의 심상을 자극하는 대상이었을 것이다. 최순우 선생께서 감탄하신 달항아리 속 달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최순우 선생이 만나고 연을 나눴던 미술가들의 이야기는 목차부터 입이 떡 벌어지도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사실 미술에 문외한인 나도 이름을 듣고 작품을 본 적이 있는 유명미술가들의 이름이 가득해서 놀랐고, 그들과 스스럼없는 친분을 나누었던 이야기에 또 놀랐다.
그러나 지인들의 이야기가 쏟아진 3장을 끝내고 나면 남는 생각은, 자타공인 최고의 예술가들과의 추억을 복기하면서도 참 소박하고 일상적인 면모를 꼼꼼히 관찰했다는 점이다. 김환기 선생과의 담소를 떠올리며 소탈한 웃음을 짓던 최순우 선생은 미술을 사랑하고, 그래서 항상 연구하던 김환기 선생의 열정을 잊지 않고자 동료 및 후학들과 회고전을 열었다고 장을 끝맺음했다. 소박하고 일상적인 순간들에 대한 기억은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훨씬 깊은 관심과 애정이 묻어있는 것이기에 더욱 의미 있음을 알게 된다.
유명미술가로서 전 세계를 여행하셨을 선생은 최근 활발해지는 유학, 특히 국비 유학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본인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기본적인 시각에 대해 최소한의 깊이도 없이 무작정 떠나는 유학은 물자의 낭비일 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일상 속 시공간의 익숙함, 그리고 당연함을 뒤집어보는 사고의 전환이 젊은 예술가들에게 오히려 더 필요한 덕목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하고도 아름다운 한국 가구들과 자기들이 외면받는 현실 역시 오랜 세월을 거치며 ‘내 것’이 된 이유가 있는 전통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이 최순우 선생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것이 아닐까.
지나치게 과장하지도, 수다스럽게 줄이지도 않는 한국의 전통예술을 예찬한 최순우 선생의 삶은 그래서 달항아리와 닮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30일을 주기로 다양한 모습을 비추는 달은 한 달에 하루 더도 덜도 않게 둥그런 모습으로 가장 밝게 빛났다가 천천히 모습을 감춰나간다. 빛이 얼마나 차더라도 달은 언제나 달이듯, 무엇을 얼마만큼 담더라도 항상 자신의 색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담담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선생께선 말하시고 싶었을지 모른다.
오랜 세월 많은 경험을 통해 쌓여온 그 깊이와 내공을 한 편의 글로 다 품고 소화하기엔 물론 무리겠지만, 가르침대로 내 마음, 그리고 내 주변의 것들을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바라보려는 다짐을 한 번 새겨보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제자리에서 딱 달빛만큼의 은은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는 어떤 이의 마음에도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


[소감문]

독서 에세이 대회의 개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흥미롭다고 생각하면서도 참가를 많이 망설였었다. 4학년까지 대학수업을 들으면서 레포트도 많이 작성해봤고, 발표수업을 위한 자료수집과 대본작성도 많이 했지만 모두 어느 정도 틀이 있는 수업내용을 바탕으로 정답을 찾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다짐하면서도 독서는 갈수록 손을 놓게 되었고, 내 생각과 마음을 담는 에세이를 마지막으로 써본 것은 정말 오래전 일이었기에 작은 경험삼아 대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총 8권이나 되는 책이 있었기에 그중 내가 제일 자신 있는 책을 고르려다, 그동안 수업에서 써왔던 글을 또 쓰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 되지 못할 것 같아 미술의 ‘미’자도 모르면서 덜컥 한국미술평론 책인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를 골랐고, 결과적으론 내 생각을 적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독서 에세이 대회를 통해 내가 관심 있고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탐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때론 내가 모르는 새로운 분야를 들여다보는 것도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한 번 더 배우게 되었다. 그 분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저자의 세월이 녹아든 책이 도와줄 것이기에 불확실해도 보람찬 도전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독서가 주는 즐거움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게 기회를 마련해주시고 부족함 많은 작품을 선정해주신 기초교양대학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이런 기회를 많이 경험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