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하고 싶은 마음

- 문학하는 마음

컴퓨터공학과
이*정

 

나는 영어의 가정법을 좋아한다. 지금 이루어지지 못한 일들을 상상하는 것인데 닿을 수 없는 역설적으로 느껴져서다. 그리고 내게 문학은 가정법 같은 것이었다.

나는 문학을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막연한 현실의 벽 앞에서 빙빙 돌기를 반복하다 황급한 선택을 했다. 공과대학으로 진학을 결심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의 전공 선택은 꽝이었다.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흥미가 없는 전공을 4년 동안 붙들고 있는 것은 어지간한 인내심으로 할 일이 아니었다. 학점은 더 떨어지기가 어려울 만큼 나날이 바닥을 쳤고, 나는 점점 자괴감에 휩싸였다. 1학기 여름방학, 나는 중대한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겼다. 바로 한국어문학과에서 부전공을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돌고 돌아 결국 문학을 시작한 것을 보면 나 또한 ‘그놈의 문학 병’의 환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증 환자에게는 극약처방이 답이 아니겠는가. 않는다면 이렇게라도 발 디디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문학이라는 것에 이만큼 망설임을 가진 이유는 단연 ‘ 말할 수 있다. 부유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며 미래의 직업에서 소득을 고려하는 것이 1순위가 되었다. 어쭙잖은 언어 감각,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 수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전공으로 만난 문학은 나에게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었다. 막연한 느낌으로 존재하던 것들을 이론으로 배우고,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어느새 행복이 되었다. 돈과 행복은 현대 사회에서 따로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문학과 행복 또한 자석의 N극과 S극과 같이 딱 붙어 있는 것이 맞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학 병은 이렇게 더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어쨌든 행복한 일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나는 직업 선택의 우선순위에서 돈을 내려놨다. 이공계에서 문학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길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만난 ‘문학 하는 마음’은 나에게 지도 같은 책이 되어 주었다. 책에는 다양한 문학을 하는 사람이 소개되어 있었다.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문학은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이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라는 다짐 같은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나는 그 순수한 열정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보험같이 부전공으로 문학을 시작한 나는 명함도 내밀면 안 될 것 같은 정도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는 다시 용기를 얻었다. 문학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자신들과 문학을 매개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실히 문학을 사랑한다. 그리고 문학과 평생 함께하겠다는 자신도 있다. 이 정도면 문학 하고 싶은 지망생이라고는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고재귀 극작가의 말처럼 어느새 길을 찾아 깃발을 꽂을 테고, 그 뒤 나는 당당하게 문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준 시인의 시처럼 일상의 존재를 새롭게 느끼게 하는 시를 쓸 수도 있고, 최은영 소설가처럼 관계에 관한 고민을 섬세하게 다루는 따뜻한 소설을 쓸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때의 나는 문학으로 세상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을 것이다. 그때는 우리가 가진 힘을 문학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문학 하는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소감문]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만족스러운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어떤 글을 써도 아쉬움이 남았다. 분명 쏟아내고 싶은 말이 있는데 부족한 실력으로는 기승전결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퇴고를 거듭할수록 초안의 모습과 멀어져 실망한 일은 몇 번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번 독서 에세이 대회의 글도 마찬가지였다.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얼굴이 빨개지도록 열정을 쏟아부으며 100분을 꽉 채우고 글을 써냈다. 그런데도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쓰지 못했던 얘기가 머릿속에 뱅뱅 맴돌았다. 얼기설기 기워서 낸 글 같아 부끄러웠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지나치게 각박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대회가 끝나고 수상작 선정 기간 동안 저런 생각에서 비롯된 자괴감은 더 심해졌다. 내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인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글을 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절망했다. 장려상이지만 내게는 정말 과분하고 소중한 상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조금 더 나아가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했던 때의 순수한 마음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이런 기회를 준 동아대학교 기초교양 대학에 감사의 말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에 또 도전한다면 조금 더 나아진, 저절로 공감 가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내가 문학 하고 싶은 이유를 말로 표현한다면 가장 원형에 가까운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