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이 보여주는 여성 직업인

- 랩 걸

철학생명의료윤리학과
최*임

 

랩 걸을 보면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중 하나인 호프 자런도 피해갈 수 없었던 장벽들이 나온다. 이 장벽들은 그녀가 남성 중심적인 전문직종계의 얼마 없는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마주했던 첫 번째 장벽은 그녀가 가고자 했던 길에 선례가 없다는 데서 나오는 불안감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 놀이터 대신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놀았던, 그래서 소꿉놀이 장난감보다 리트머스 용지, 여러 실험 용액들과 더 친숙했던 소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성 과학자’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직접 본 적도 없었다. 선례가 없다 보니 그녀가 생각하기에 여성 과학자는 희귀하고 드문 것,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책 속에서 호프 자런은 결국 성공적인 과학자가 되는 데 성공하지만, 사회 속의 전문 직종 여성들은 남성 중심적 분위기와 많은 이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을 끊임없이 버텨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장벽은 ‘유리 천장’이다. 책 속에서 호프 자런은 존스홉킨스 대학에 재직하던 시기에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그녀의 연구실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당한다. 이처럼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여성들은 전문 직종에 종사한다 하더라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다.
세 번째 장벽으로 육아 문제가 있다. 호프 자런은 아이를 낳고 나서 자신이 좋은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녀의 연구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는 무척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호프 자런처럼,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유지해 나감과 동시에 엄마라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더군다나 엄마 역할 수행을 잘할 수 없을 경우의 죄책감도 감당해야 한다.
이렇게 호프 자런과 같은 전문 직종 여성들을 가로막는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장벽을 넘어설 수 있게 해주는 디딤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사회적 차원에서 여성 전문 직종인 양성에 투자하는 것이 있다. 여성 전문 직종인의 수가 적으면 남성 중심으로 맞춰지는 분위기를 바꾸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여성의 전문 직종 선택을 장려하여(육아 부담을 완화 시킬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 출산에 따른 불이익 발생 방지 등) 여성이 긍정적으로 전문직을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이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주변의 여러 편견과 차별이 있었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나무, 이파리, 열매들에 대한 호프 자런의 사랑은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문장 속에 녹아서 우리를 향해 흘러온다. 그녀가 쓴 문장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본다. 그렇게 자신의 일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성별을 뛰어넘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알려줄 것이다. 호프 자런이 우주가 자신을 위해 숨겨놓은 작은 비밀들을 발견한 것과 같은 일을 말이다.
경쟁이 치열한 전문 직종에서 여성들은 힘겨운 발걸음을 떼야 한다. 하지만 호프 자런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음마다 밑에 밟히는 5,000개 이상의 씨앗을 떠올려 보라고. 그렇다면 우리의 한 걸음은 단지 차가운 현실을 밟는 일이 아니라, 사실은 5,000개 넘는 잠든 씨앗들을 깨우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닐까.


[소감문]

독서 에세이 대회라니, 대학생이 되고 나서 책 대신 유튜브를 더 많이 보던 나였지만 대회를 빌미로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어서 신청하게 되었다. 상에 대한 욕심보다는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친숙한 인문학 관련 도서 대신 잘 읽어볼 기회가 없었던 이공계 관련 도서(랩 걸)를 골랐다. 그렇게 대회 전날까지 이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하루 10분, 15분씩 학교 가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어나갔다. 평소 같았으면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을 꺼냈을 나지만, 대회 기간만큼은 책을 꺼내 들었다.
대회 당일 아쉽게도 책을 끝까지 읽진 못했으나 주어진 주제에 대해 내가 느낀 것들을 차분히 써서 제출했다. 책을 끝까지 읽었으면 더 깊이 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나에게 고등학교 이후 놓아버렸던 책을 읽을 기회를 준 이 대회에 감사하며 대회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수상 연락을 받고 나간 시상식에서 나는 글을 심사해주신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상을 다른 학생들과 대회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번 프로그램이 정말 학생을 위한 대회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에도 이 프로그램이 있다면 꼭 다들 참여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값진 것을 얻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