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산 연합 집수리 봉사 동아리 AweSome에서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은 많은 분께 낯선 활동일 것 같은데요. 먼지와 곰팡이, 해충으로 고통받는 주거 취약계층 분들의 댁에 도배와 장판 교체, 전등 교체를 하는 집수리 봉사 활동입니다. 학생이 도배를 한다고? 하며 못 미더운 눈빛을 받기도 하지만, 주거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시는 분께 직접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활동이라고 자신합니다.
모든 봉사활동은 특별하고 의미 있지만, 직접적인 봉사라는 특징이 이 활동을 깊게 좋아하게 만들었습니다. 타인의 집에 스며든 인생을 들여다보며, 녹진하게 남아있는 소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고,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생긴 그늘을 지우려 노력했습니다. 바로 근처의 이웃이지만 들여다보려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을 아쉬워하며, 빨리 또 많은 가구에 희망의 손길이 되고 싶었어요.
3학년까지 깊게 몸담았던 학과 동아리로부터 새로운 길로 발을 떼며, 연합 동아리로 향할 때는 소박하고 작은 마음이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고, 특별한 기억을 안겨줄 활동을 하고 싶다.’ 그렇게 얕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봉사활동이 길어지고, 동아리 부회장으로 이어지며, 이렇게 공모전 수상까지도 하게 되었네요. 3년 전 돌렸던 제 발걸음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마음이 듭니다.
사실, 매주 토요일 봉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막연한 불안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계속 이렇게 지내도 될까?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당장에 즐거운 일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위기감으로 졸업을 목전에 앞둔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다음 주가 되면 어김없이 봉사활동을 신청하고, 봉사 없는 토요일이 더 어색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제 손길을 거쳐 간 집이 40가구가 넘게 되었네요.
봉사활동 수기를 쓰면서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기에 첨부할 사진을 찾다 보니, 땀을 흘리고 힘들어하면서도 웃고 있는 사진을 한가득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고생했던 건 찰나의 시간으로 지나가지만,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했던 이 시간은 무한한 애정을 남겨주었습니다. 봉사활동 내역에 찍힌 시간의 숫자보다도 더욱 긴 시간 동안 지금을 기억하겠지요. 이 공모전 덕분에 20대 초반을 막연한 그리움이 아닌, 선명하고도 짙은 향기를 내뿜는 기억으로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하나가 모여, 기꺼이 우리가 되어 함께해준 AweSome 고맙습니다. 혼자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니라, 함께 잘해왔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상이라 더욱 감사한 수상입니다. 제 수상으로 누군가에게 봉사에 대한 관심을, 내년에는 내가 수상을 하겠다는 동기 부여를, 봉사자에게 공감을 조금이나마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따뜻했던 시간을 돌이켜 볼 기회와 뿌듯함을 선사해주신 기초교양 대학 감사합니다.
공모전에 참가한 72팀들! 봉사활동과 경험에 순위를 매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더 의미 있는 봉사, 의미 없는 봉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작은 움직임으로 누군가에게 특별한 날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만으로 이미 의미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기꺼이 타인에게 따스한 손길을 건넬 수 있는 봉사자로 함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수상한 이 상은 앞으로도 열심히 봉사하는 뜻으로 받아, 졸업 후에도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올해는 수기 공모전 시상식이 취소되어 아쉽습니다, 앞으로도 봉사활동 수기 공모전이 계속되어 봉사자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또 축하하며 봉사의 물결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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