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참 아이러니하다. 역설적인 단어 구성으로 제시된 『오래된 미래』는 ‘과거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어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시선을 끈다.
『오래된 미래』는 언어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히말라야산맥 아래쪽에 위치한 척박하고 고립된 땅 라다크에 16년 동안 머물면서 라다크의 변화를 기록한 책이다. 무엇보다 『오래된 미래』는 4차 산업 혁명이라는 혁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미래를 위해 전통 사회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시사하고 있어 대학교 추천 도서 목록에 자주 뽑히는 책이기도 하다.
『오래된 미래』는 크게 3부로 나눠지며, 서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이전의 라다크에 대한 모습을 마치 이야기하듯이 서술해나간다. 라다크는 티베트의 영향을 많이 받아 리틀 티베트라 불리며, 고원지대인데다가 땅도 척박해서 그야말로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책에는 단지 정감 어린 공동체를 형성하는 라다크의 이야기만 제시되어 있어 상당히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척박한 자연환경이 인간적인 유대감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오히려 공동체가 발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1부. 전통에 관하여 : 배려와 신뢰의 삶
라다크는 기본적으로 자급자족 생활을 하면서 서로 돕고 배려하고 신뢰하는 삶을 산다. 과거 우리나라의 공동체 생활과 거의 흡사한 전통 생활방식이다. 다만 여기는 티베트의 불교의 영향을 받아서 사람들이 좀더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이 느껴지며, 과거 우리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종교적인 느낌이 강하기는 하다. 결론적으로 라다크 전통문화에는 행복함과 협동심이 담겨 있고 자연과 사람이 균형을 이룬다.
제2부. 변화에 관하여 : 발전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
서구화 세계화의 변화로 소소한 삶에서 행복을 느끼던 라다크에 인간 소외, 공동체 사회 붕괴,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 세계화는 단지 진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변화일 뿐이지 진보라는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라다크 사람들은 발전에서 뒤떨어진 도태된 사람들이 된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은 전통을 부끄럽게 여기며 존중하지 않고 오히려 서양의 문화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세계화라는 것은 결국, 소비 시장이 필요한 서구권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결국 탐욕으로 변해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는 사회 현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자급자족 경제를 깨고, 어딘가에 종속되는 경제를 만들게 한다. 즉 세계 경제 피라미드 안에 라다크가 들어오는 순간 라다크는 맨 아래쪽에 위치할 수밖에 없으며, 선진국에 착취되는 후진국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산업화되는 라다크의 모습은 씁쓸하지만 과거 우리 사회가 변화한 모습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제3부. 미래를 향하여 : 세계적 사고와 지역적 행동
생태 친화적이고 공동체 중심인 생활양식으로 되돌아가자. 그렇다고 경제를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타협하여 생태 친화적인 부분에서부터 전통을 살리자는 것이다. 과학 기술 발전의 상징되는 서구의 세계화 계획과 그에 맞서는 생태 친화적인 공동체 중심의 생활양식이라는 두 가지 대립을 보면 아바타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결국 헬레나가 제시하는 것은 미래의 바람직한 생활양식이 사실은 과거에 있던 공동체 문화의 회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 제목이 오래된 미래가 아닌가 한다. 지구가 날이 갈수록 파괴가 되고 있고,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척박해지고 메말라 가고 있다. 파편화된 현대인들은 만성적 우울증과 조급증에 시달린다. 지금의 이런 상황들을 보면 헬레나가 제시한 미래가 인간의 행한 삶에 좀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헬레나는 『오래된 미래』를 통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진보가 아니므로 현대인들은 더 이상의 개발과 경쟁을 지양해야 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복원해야 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오래된’ 것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는 이미 존재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가? 나아가 우리는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미래가 과거에 있다는 제목처럼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실에 대한 대안을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공동체 안에서 협력하면서 만족한 삶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것은 어떨까? 솔직히 지금의 편리함이나 물질적 풍요를 버릴 수 있을지 자신 없다. 하지만 무엇이 정말 행복한 삶인지 돌아보는 자아 성찰은 꼭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래된 미래』는 읽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