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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는 우리 발밑에 다가온 변화이다. 이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과 대기에 넘쳐나는 오염물질들이 말해준다. 인간의 영향력은 막대해져 지구 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우리가 스스로 삶의 터전을 망쳐버릴 위기에 놓였다. 이러한 사태가 오도록 만든 철학적 상상을 두 가지 소개하고 우리나라 대학생으로서 알고 받아들여야 할 거짓말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인간 중심 사상이다. 서구에 뿌리내린 헤브라이즘은 인간을 자연의 정복자로 만들었다. 신은 자연을 다스리라 하였고, 인간은 인간도 자연도 다스렸다. 과거에는 이것이 합리적이었다. 기술이 발달하기 전, 초기 인류는 환경에 저항해야 했고 환경을 변형함으로써 기초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문명을 건설하고 사회를 만들어도, 자연은 거대하여 그 시스템에 인간이 흠을 낼 수는 없었다. 따라서 환경의 변형은 인류의 나은 삶을 보장하고 인구를 늘렸으며, 신의 자녀로서 의무를 다하게 하였다. 두 번째는 긍정이다. 인류가 번영하는 과정에서의 환경은 타자이다. 인류는 타자와 제로섬 게임을 시작하였고 그들을 정복하였다. 이때 긍정은 그 정복의 원동력이다. 다스림에 옳음이라는 가치를 부여하였고 파괴는 공리로 정당화했다. 뿐만 아니라 긍정은 과학을 종교로 만들어 낙관적 미래를 점치게 하였다. 이로 인해 인류는 오랜 기간 반성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제는 변했다. 인간 중심 사고에 갇혀 프로크루스테스가 된 인류는 환경의 다리를 잘라온 죗값을 치르게 생겼다. 우리가 개척하고 바꾼 자연은 어떠한 생명의 삶의 터전도 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한 긍정성을 방패삼아 자연을 무찔렀다. 결국 이제는 적이 없어 스스로 비대해지다가, 긍정성의 과잉으로 사고의 성인병에 걸린 듯하다.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또한 긍정의 과잉은 우리를 반성의 사막으로 이끈다. 따라서 우리가 되어야할 것은 환경의 지배자가 아닌 부양자이다.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긍정의 과잉이 아니라 합리적 비관이다. 환경의 부양자가 된 우리는 인류의 삶의 질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다. 합리적 비관자인 우리는 반성하며 잘못된 것을 고쳐나간다.
우리나라는 유감스럽게도 인간 중심 사고와 긍정성의 과잉이 넘쳐나는 사회이다. 이는 빠른 근대화 과정 속에서 경제적·정치적 요구로 인해 커다란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성세대의 사고와 별개로, 지금의 대학생은 인류세의 시대에 맞는 인텔리겐츠야가 돼야 할 것이다. 인간 중심적 사고의 탈피는 철학과 종교의 발전과정을 통해, 긍정성의 과잉은 과학의 한계와 확률성(특히 양자역학에 의해 드러난)의 이해를 통해 조금 더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학습하고 나눔으로써 환경의 부양자가 되고, 한계를 인정하고 합리적으로 비관해야 문제를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그러한 여유를 가지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취업과 경쟁, 수많은 경제 논리와 정치적 요구들은 오직 인간만을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노력과 스펙 등 무엇인가 더하는, 양의 메커니즘만이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살아간다. 여기서 대학생은 급박하게 바뀌는 사회와 문명 속에서, 또다시 다음 세대에게 그들이 자라오며 체득한 인간 중심 사고와 긍정성의 과잉을 대물림한다.
제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든 사회에서 두 가지 거짓말을 깨닫고 변화하란 것이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의 발밑에는 분명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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