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봉사는 창원여성영화제 봉사활동이다. 중간고사쯤에 창원여성의전화가 매년 주최하는 영화제 봉사활동을 했었다. 영화 직종에서 종사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영화제 키워드가 들어간 봉사만 하다 보니 무슨 봉사인지도 모르고 참가했었다. 단순 영화제가 아니라 여성인권영화제라서 망설여지기도 했다. 요즘 성별갈등 문제가 잦다는 것뿐만 아니라 시험기간이었고, 봉사시간 이수도 완료했는데 거기에 추가로 봉사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아주 가까운 창원더씨티에서 진행했고, 무엇보다 영화제에 봉사자로 참여할 기회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좋든 안 좋든 경험을 얻고자 자원했다. 3일간 진행한 영화제에서 GV 진행, 티켓 배부, 이벤트 부스 담당 등 여러 담당을 돌아가며 봉사를 했다. 전직 미소지기였기 때문에 일들은 다 익숙했다. 봉사자들은 영화도 같이 볼 수 있었는데, 독립영화들이 대부분이어서 색다른 경험이었다. 우먼인할리우드, 백야 등 원래라면 작은 노트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작품을 큰 스크린에서 보니 즐거웠다. 봉사활동도 내 또래 봉사자들과 함께해서 재미있었는데 영화까지 봤다는 게 감사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관객으로 참가했을 때 GV를 몇 번 본적이 있다. 그 때도 감독님께 질문하기를 다들 꺼려하셨는데 부국제보다 규모도 작았고 이름만 들으면 아는 연예인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진행 걱정이 됐다. 물론 마이크를 전달하는 역할이라서 질문자가 적으면 휴식시간이 늘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얼어붙은 gv분위기보다 바쁜 게 좋았다. 초반에는 예상처럼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가 풀리는 게 느껴졌다. 오히려 소규모라서 빨리 분위기가 풀리고 더 많고 다양한 질문이 나왔던 것 같다. 영화제에서 봉사자로 참여한 일분일초가 재미있었고 뜻깊었다. 시험기간과 겹치지만 않았다면 3일 다 했을텐데 이틀만 해서 정말 아쉬웠다. 다음 번에 시간이 맞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
공모전은 마음을 비우고 참가했다. 어떻게 써야하는 지 모르겠어서 그냥 기록용으로 작성했다. 부담없이 작성하다보니 글쓰기 자체도 쉬워졌다. 일기를 쓰는 것 같았고 그저 내 감정에 충실하게 작성했다. 공모전이라고 의식하지 않으니 내가 봉사 때 뭘 느꼈는지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봉사 수기를 쓰며 봉사 관련된 생각과 영화제를 하며 느꼈던 내 편견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 봉사로 참여하는 일은 책임감이 상당히 따르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발로 뛰어도 부족했던 영화제 였지만 모두가 맡은 일을 묵묵히 잘 해줘서 무사고로 마칠 수 있었다. 돈을 받고 하는 일도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봉사든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봉사를 통해 후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았고, 나 또한 그렇게 되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
영화제 자체가 여성인권이었기에 인지하기 어려운 편견도 알게 됐다. 여성인권이라고 여성만 관심 갖는 게 아니었다. 봉사자 중에도 남성이 있고, 관람객 중에도 남성이 있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인데 특정성별이 붙었다고 그 성별만을 위한 일이 아님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게 부끄러웠다. 영화제로 인해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영화인이 되고 싶어졌다. 독립영화 위주로 상영해줘서 감독들의 말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미디어는 강력한 힘을 지녔고, 내가 받은 울림을 다시 나눠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다.
봉사를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고 봉사의 진정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공모전에서 수상까지 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인 것 같다. 원래도 수상욕심이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러 봉사를 적은 것 같았다. 나는 영화제 봉사에 초점을 잡아 작성했기 때문에 내용이 부실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마음을 비우고 수상자 발표도 언제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수상을 하게 됐고, 왜 수상을 했을까 생각해 봤다. 내 글솜씨가 좋지 않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진솔하게 내 마음을 적어서 받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봉사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며 적었고 반성하는 마음에 한자 한자 적어 내려갔다. 그래서인지 앞으로도 수기를 쓰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받는 상이라고 느껴졌다. 누군가는 간절했을 수기 공모전이었을텐데 내가 받게 돼서 정말 감사하고 꾸준히 봉사를 하며 이 감사한 마음을 갚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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