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오기 전에는 대학에 진학해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었습니다. 장학금도 받아보고 싶었고 주민등록증을 당당하게 보여주면서 술도 마셔보고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긴 시간들을 저만의 작품 활동을 위해 할애해보고도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많은 감정들을 느껴보며 앞으로 내가 만들어나가고 싶은 애니메이션은 무엇인가를 고민해보는 시간들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많은 기대감을 품은 채 20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막상 대학에 오고 나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가버리고 있었습니다. 이전과는 확실히 자유로워진 분위기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고등학교의 연장선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이 시간들 속에서 저는 이도저도 아닌 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우연히 ‘창의적 대학설계 우수사례 공모전’에 대한 포스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교양수업으로 창의적 대학설계를 듣고 있었지만 이런 대회가 열리는 줄은 모르고 있었는데 포스터를 접하고 나니 어디 한 번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상을 받든 안 받든 그것을 넘어서서 나만의 4년의 계획을 짜보면서 지금까지 안타깝게 흘려보내버린 20살의 첫 시작들을 이제라도 다 잡아보자는 마음다짐과 함께 글을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저만의 꿈과 목표에 대해서 얘기를 이어나갈 때는 저의 꿈과 목표만은 적어도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저를 되돌아보는 기회 삼아 열심히 적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4년간의 제가 동아대에서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물론 저의 꿈인 애니메이션 작가 겸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국어국문과 문예창작이 포함된 한국어문학과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진학을 결정했었지만 막상 앞으로 어떤 생활과 적응, 공부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깊이 계획을 짜본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4년간의 계획을 짜보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내가 대학에 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대학에 와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였습니다. 나의 꿈을 위해서 대학에서 어떤 경험과 공부를 해나가야 하고 내가 진정 20대에 접어들어서 무엇을 가장 해보고 싶었는지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4년이라는 시간이 머릿속에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계획을 짜면서 주의했던 점은 절대로 거대하게 짜지는 말자였습니다. 제가 성장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한 거름을 주고 물을 주는 시기라고 생각을 하면서 탄탄한 땅을 만들어 뿌리가 흔들리지 않게만 땅을 다지는 시기로 4년을 보내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뭐든 조급해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넋 놓고 안심하고 있지도 않은 그 중간을 찾아 나의 첫걸음을 걷고자 다짐했습니다.
창의적 대학설계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저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20살이 되었다는 기대감에 사로잡혀 보내버리고 있던 시간들을 이제서라도 소중히 여기고 알차게 보낼 계획이라도 세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 자체로도 너무 좋은 기회였습니다. 상까지 받는 바람에 더욱 의미 있는 대학에서의 첫 수상이자 첫 활동이 되었고 이 상은 오히려 제 꿈이 너무 막막하고 먼 꿈이 아닌가 하던 저의 마음을 다잡아 주는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연히 건물 벽에서 마주한 한 장의 포스터가 저의 20대의 첫 시작에서 제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 같아 20살의 첫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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