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ctId=bbs,fnctNo=2103 RSS 2.0 236 건 게시물 검색 제목 작성자 공통(상단고정) 공지 게시글 게시글 리스트 탈무드 / 마빈 토카이어 지음 작성자 ju26862002 조회수 3364 첨부파일 0 ‘하브루타(Havruta)’,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강의계획서 수업 방법에 종종 이 하브루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브루타는 유대인들의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토론식 교육을 말하는데, 원래 이 하브루타는 탈무드를 이해하기 위한 학습 방법을 말한다. 그렇다면 탈무드는 무엇이냐? 이는 유대인의 성경이라고 할 수 있는 ‘토라’에 주석을 달아 해석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유대인들은 그들의 성경과 같은 토라가 있고, 이 토라를 해석한 것이 탈무드이고 탈무드를 이해하기 위해 학습하는 방법이 하브루타인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하브루타 방식으로 공부를 하지만 정작 탈무드는 깊이 있게 들여다 보지 못한 것 같다. 탈무드 원전은 총 63-64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게가 75kg이나 나갈 만큼 엄청난 분량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탈무드 원전을 모두 읽을 필요는 없고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지혜를 전달해 주는 짧은 이야기들을 모은 일종의 편집본을 주로 읽는다. 탈무드는 굳이 필자가 소개하지 않아도 모두에게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 어린 시절 이솝우화와 함께 짧은 동화로 한 번쯤은 읽었을 테니 말이다. 이제 어른이 된 독자들에게 탈무드를 다시 추천하는 이유는 어렸을 때 읽었던 느낌과 지금 읽는 느낌이 사뭇 다르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탈무드를 읽어 보자. 특히 하브루타 방법으로 읽어 보자. 같이 읽을 사람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혼자 질문하고, 생각하면서 읽어 보자. 그리고 교훈을 찾으려 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읽어 보자. 짧은 이야기를 우리 삶과 사회에 투영해 보고, 성찰하고, 성찰이 통찰에 이를 수 있도록 깊이 생각해 보면서 읽어 보자. 한 노인이 뜰에서 묘목을 심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나그네가 이것을 보고 노인에게 물었다.“어르신께서는 이 나무에 언제쯤 열매가 열릴 것으로 생각하십니까?”“한 50년쯤 지나면 열리지 않겠소?”나그네는 다시 물었다.“어르신께서 그때까지 살아 계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노인은 이렇게 대답했다.“아니요. 내가 어렸을 때 우리 과수원에는 과일이 언제나 풍성하게 열려 있었소.그것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내 아버님께서 나를 위해 그 나무들을 심었기 때문이었소.그래서 나도 지금 내 아버님과 똑같은 일을 하는 중이오.” 교양도서 추천 - 기초교양대학 백재파 교수님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 마이클 더다 지음 작성자 ju26862002 조회수 3430 첨부파일 0 책을 읽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지만 읽을 책을 고르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어떤 이는 책을 가리지 않고 읽기 때문에 책을 고르는 데 큰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소중한 시간을 들여 책을 읽는 것이기 때문에 책을 선택하는 데 또 시간을 들인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서평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넘쳐나는 책과 광고에 오히려 책을 고르는 게 더 힘들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책을 골랐지만 막상 읽었을 때 재미가 없다면 여간 허탈하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책이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저자 마이클 더다가 고전을 소개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더다는 서평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명실공히 최고의 서평가이다. 이러한 사람이 소개해 주는 고전이라니 얼마나 심오하고 난해할까란 걱정이 들겠지만 그럴 필요없다. 이 책의 원제는 ‘Classics for pleasure’로서 ‘즐거움(재미)’에 초점을 두고 책을 선정하고 추천한다. 이 책은 총 11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유희적인 상상력’, ‘사랑의 신비’, ‘여행자의 이야기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같은 주제로 구성되었으며, 주제에 맞는 작품을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즐거움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각 고전을 소개할 때도 고전의 교훈, 역사적 의의 등 따분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작품이나 작가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 격언 등을 활용해 독자에게 작품을 설명해 준다. 이 책은 고전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책 읽기를 망설이는 학생, 고전을 읽고 싶지만 두려워서 도전을 못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아울러 이 책에는 익히 알려진 고전 외에도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가치가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으니, 새로운 고전을 찾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추천한다. 교양도서 추천 - 기초교양대학 백재파 교수님 총, 균, 쇠 /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작성자 ju26862002 조회수 3291 첨부파일 0 군사력을 압도하는 무기 총 , 스스로 진화하는 무기 균 , 범접할 수 없는 기술의 상징 쇠 인류의 운명을 바꾼 총, 균, 쇠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환경’이 결정한다. 『총,균,쇠』는 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인류 문명사를 기술한 것으로 1998년 풀리처상을 수상한 책이다. 『총,균,쇠』는 총 4부로 1부는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이라는 소제목으로 1장과 2장은 배경지식이고, 3장은 1532년 스페인이 잉카제국을 정복한 힘의 원천은 기록과 정보, 전쟁 준비의 유무에 있다는 것을 기술하고 있다. 한편 2부와 3부에서는 유럽인들이 원주민들보다 기술이 발전된 이유는 ‘농업 혁명, 문자, 가축’이라고 하였으며, 4부는 인류사의 발전적 연구 과제와 방향이라는 소제목으로 글을 전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총,균,쇠』는 호주 북부 뉴기니에 거주하는 흑인 정치가 얄리가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15쪽)” 라는 질문을 재레드에게 던지면서 시작한다. 재레드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농업 혁명, 문자, 가축’을 들어 증명한다. 첫째, 농업 혁명이 기술 발전의 원천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 도와야 하는 협업을 해야 한다. 이 협업을 통해 식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출산율이 증가하여 인구가 늘어나게 되고, 도시와 제국 또한 늘어난다. 이렇게 거대해진 제국은 다시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분업화 사회가 되고, 이로 인해 전문가가 생겨나 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총,균,쇠』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성을 제시한 것이 바로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이다. 『총,균,쇠』와 『사피엔스』는 분명 농업 혁명을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자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재레드는 농업 혁명을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며 대륙 간 문명 발전의 차이를 가지고 오는 중요한 디딤돌이라는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유발 하라리는 농업 혁명을 풍부해진 식량에도 불구하고 빈약한 식사를 하는 인류 최대 사기극이며, 강도 높은 노동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둘째, 인류 역사를 통틀어 어떤 지역에서 식량 생산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에는 문자가 있다. 즉 선조들의 시행착오를 문자로 기록한 데이터베이스가 기술 발전의 원천이 된 것이다. 셋째, 농경 사회에서 발현된 것이 바로 가축이다. 그러나 이 가축은 모든 전염병의 근원이다. 가축의 종류가 많았던 유럽인은 항체가 생성되어 있었지만 아메리카인들은 이 진화된 병원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95% 이상의 원주민은 전쟁이 아니라 균에 의해 몰살된 것이다. 그렇다면 재레드는 얄리에게 결론적으로 어떤 대답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각 대륙의 사람들이 경험한 장기간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까닭은 그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다고.(617쪽)” 『총,균,쇠』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면 발전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면 어려워진다. 즉 백인들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환경결정론”을 말하고 있다. 물론 환경결정론에 부합하지 않는 나라나 지역이 있기 마련이고, 또 다양한 변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암묵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종 차별주의적 역사에 대해 파격적인 반론을 한 책이 바로 『총,균,쇠』이다. 『총,균,쇠』는 에필로그와 프롤로그, 본 내용은 650페이지가 넘으며, 특별 증보면 ?추가 논문: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2003 후기: 『총,균,쇠』 그 후의 이야기를 합하면 700페이지가 넘는 아주 방대한 내용의 책이다. 그래서 책 두께에 기가 눌려 완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혹자는 이 책의 내용을 알고 싶으면 에필로그와 프롤로그라도 보라고 한다. 무엇보다 과학적 진술 방식과는 달리 증명을 다지듯이 이야기하다 보니 반복적으로 기술된 점이 있어 약간 지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총,균,쇠』는 하나의 문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의 역사를 들어 입증하고 있는 700페이지 안에 그 핵심과 진정성이 있다. 따라서 이 과정을 읽는 것이야말로 과학적 추론을 즐기는 방법이다. 『총,균,쇠』를 읽는 여러분들이 ‘추론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교양도서 추천 - 기초교양대학 임지아 교수님 오래된 미래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작성자 ju26862002 조회수 2834 첨부파일 0 제목이 참 아이러니하다. 역설적인 단어 구성으로 제시된 『오래된 미래』는 ‘과거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어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시선을 끈다. 『오래된 미래』는 언어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히말라야산맥 아래쪽에 위치한 척박하고 고립된 땅 라다크에 16년 동안 머물면서 라다크의 변화를 기록한 책이다. 무엇보다 『오래된 미래』는 4차 산업 혁명이라는 혁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미래를 위해 전통 사회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시사하고 있어 대학교 추천 도서 목록에 자주 뽑히는 책이기도 하다. 『오래된 미래』는 크게 3부로 나눠지며, 서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이전의 라다크에 대한 모습을 마치 이야기하듯이 서술해나간다. 라다크는 티베트의 영향을 많이 받아 리틀 티베트라 불리며, 고원지대인데다가 땅도 척박해서 그야말로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책에는 단지 정감 어린 공동체를 형성하는 라다크의 이야기만 제시되어 있어 상당히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척박한 자연환경이 인간적인 유대감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오히려 공동체가 발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1부. 전통에 관하여 : 배려와 신뢰의 삶 라다크는 기본적으로 자급자족 생활을 하면서 서로 돕고 배려하고 신뢰하는 삶을 산다. 과거 우리나라의 공동체 생활과 거의 흡사한 전통 생활방식이다. 다만 여기는 티베트의 불교의 영향을 받아서 사람들이 좀더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이 느껴지며, 과거 우리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종교적인 느낌이 강하기는 하다. 결론적으로 라다크 전통문화에는 행복함과 협동심이 담겨 있고 자연과 사람이 균형을 이룬다. 제2부. 변화에 관하여 : 발전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 서구화 세계화의 변화로 소소한 삶에서 행복을 느끼던 라다크에 인간 소외, 공동체 사회 붕괴,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 세계화는 단지 진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변화일 뿐이지 진보라는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라다크 사람들은 발전에서 뒤떨어진 도태된 사람들이 된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은 전통을 부끄럽게 여기며 존중하지 않고 오히려 서양의 문화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세계화라는 것은 결국, 소비 시장이 필요한 서구권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결국 탐욕으로 변해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는 사회 현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자급자족 경제를 깨고, 어딘가에 종속되는 경제를 만들게 한다. 즉 세계 경제 피라미드 안에 라다크가 들어오는 순간 라다크는 맨 아래쪽에 위치할 수밖에 없으며, 선진국에 착취되는 후진국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산업화되는 라다크의 모습은 씁쓸하지만 과거 우리 사회가 변화한 모습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제3부. 미래를 향하여 : 세계적 사고와 지역적 행동 생태 친화적이고 공동체 중심인 생활양식으로 되돌아가자. 그렇다고 경제를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타협하여 생태 친화적인 부분에서부터 전통을 살리자는 것이다. 과학 기술 발전의 상징되는 서구의 세계화 계획과 그에 맞서는 생태 친화적인 공동체 중심의 생활양식이라는 두 가지 대립을 보면 아바타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결국 헬레나가 제시하는 것은 미래의 바람직한 생활양식이 사실은 과거에 있던 공동체 문화의 회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 제목이 오래된 미래가 아닌가 한다. 지구가 날이 갈수록 파괴가 되고 있고,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척박해지고 메말라 가고 있다. 파편화된 현대인들은 만성적 우울증과 조급증에 시달린다. 지금의 이런 상황들을 보면 헬레나가 제시한 미래가 인간의 행한 삶에 좀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헬레나는 『오래된 미래』를 통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진보가 아니므로 현대인들은 더 이상의 개발과 경쟁을 지양해야 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복원해야 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오래된’ 것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는 이미 존재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가? 나아가 우리는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미래가 과거에 있다는 제목처럼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실에 대한 대안을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공동체 안에서 협력하면서 만족한 삶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것은 어떨까? 솔직히 지금의 편리함이나 물질적 풍요를 버릴 수 있을지 자신 없다. 하지만 무엇이 정말 행복한 삶인지 돌아보는 자아 성찰은 꼭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래된 미래』는 읽을 만하다. 교양도서 추천 - 기초교양대학 임지아 교수님 그리스도교는 어떻게 중국을 공략했는가 / 심장섭 지음 작성자 ju26862002 조회수 2875 첨부파일 0 널문리라는 조그만 마을은 냉전의 역사 한복판에서 판문점이라는 이름을 새로 얻었다. 미국과 함께 휴전협정의 당사국이었던 중국을 배려한 결과였다. 격동하는 세계의 정세를 읽어내지 못한 무능으로 외세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여전히 그 지정학적인 판도를 읽어내지 못하고 내분으로 치닫다가 분단의 형벌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육십여 년이 지난 어느 봄날, 한반도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그 때에 전 세계의 이목이 판문점으로 모아졌다. 서구의 위세에 중화의 질서가 휘청거릴 때에도 세상 모르고 안일하였던 이 나라의 통치자들. 지금의 저 역사적 만남은 여러 상념들을 불러온다. 황석영의 ??손님??은 한반도 현대사의 비극적 기원을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라는 외래의 이데올로기에서 찾았다. 그러니까 이 나라의 근세란 바로 바로 그 역병의 창궐과 더불어 개시되었다. 여러 역병 중에서도 제국주의의 숙주로 들어온 기독교의 서세동점이야말로 동아시아의 근세를 규정하는 가장 중한 사건이었다. 지금도 한반도 남쪽의 어느 한쪽에는 십자가와 함께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복음을 갈구하는 이들이 여전하지 않은가. ??그리스도교는 어떻게 중국을 공략했는가??는 바로 그 동점의 서세적 기원을 더듬을 수 있게 해 주는, 대단히 잘 정리된 역사 교양서이다. 여기서 중국을 특정한 국가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서세로부터 곤욕을 치른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책의 제목에서 ‘공략’이라는 노골적인 어휘가 두드러진 만큼, 동서의 문명교류를 바라보는 저자의 견해는 지극히 선명하다. 그러니까 그 교류란 조화로운 교섭의 과정이 아니라 일방적인 침투의 과정이었다는 것.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밝히건대, 이 책은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를 비난하는 그런 저작이 아니다. 중국을 일개 국가가 아닌 피식민의 동아시아로 보아야 한다고 한 것처럼, 여기서 기독교는 서구의 제국주의로 보는 것이 마땅하겠다. 그러므로 이 책은 마테오 리치를 중심으로 한 예수회의 선교 역사와 그 논리에 잠복해 있는 침략주의를 파헤친 탈식민주의적 저작으로 읽을 수 있다.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는 위로부터의 개종을 실행하기 위해 지배층의 종교인 유교의 가면을 쓰고, 당대 민중의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불교를 공략하였다. 그러나 신유학의 무신론을 부정하고 선진유학의 상제(上帝)를 천주(天主)로 환원한 그 전략은 미숙한 논리와 무리한 적용으로 당대의 유가뿐 아니라 교황청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는 천주교에 개방적이었던 조선조 남인 계열 지식인들의 사상적 고뇌 속에서도 그 복잡한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 바, 상제를 방편으로 중세 주자학의 극복을 기도했던 그 기획이 근대적인 지향이었는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공략에 다름 아니었던 예수회의 선교는 끝내 실패하였고, 오히려 그 선교의 경험이 유럽에 중국열을 불러일으켜 계몽주의를 발아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중국의 우수한 문화가 오히려 유럽의 근대에 영향을 끼쳤다는 과감한 논리. 편저에 가깝다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처럼, 이 책은 기존의 연구들을 적절하게 편집한 것이다. 그래서 동서 문명의 교류사에 대한 개설적 이해를 얻을 수 있는 장점과 함께 논쟁으로 비화될 과감한 주장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그런 과감한 논의가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국으로 남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정세와 판도를 읽어내는 나름의 교양적 근거가 된다면 어떠한가. 서구적 시각이 아닌 자기의 시각이 중요하다는 말이다.교양도서 추천 - 기초교양대학 전성욱 교수님 의적 메메드 / 야샤르 케말 지음 작성자 ju26862002 조회수 2902 첨부파일 0 터키는 동서양이 만나고 헤어지는 경계에 있는 나라이다. 그 경계는 갈등과 융합, 극복과 생성이라는 원융회통의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다. 야샤르 케말(Ya?ar Kemal)은 쿠르드족 어머니와 투르크멘족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그는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아버렸고 그 충격으로 한쪽 눈을 실명했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을 그만두고 갖가지 육체노동에 종사하였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서 단행한 탄지마트(개혁) 칙령(1839)과 더불어 서구적 근대화가 추진되었고, 터키 공화국이 성립하면서 세속화와 서구화는 더욱 본격화되었다. 야샤르 케말은 그런 근대화의 흐름을 타고 적극적으로 번역되었던 유럽의 작품들을 탐독하며 자신의 문학적 감수성을 키워나갔다. 터키 중남부 출신인 케말은 자기가 나고 자란 추쿠로바의 평원을 문학적 상상력의 모태로 삼았다. 스무 살 무렵에 이미 여러 지방의 민속을 조사하고 채록하여 만가(輓歌)집을 출간하는 한편, 그 한참 뒤에도 르포르타주 작업을 위해 민속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런 경험들이 그의 문학적 토양이 되었다. 더불어 그는 유럽의 문학과 예술에서 섭취한 교양의 토양 위에서 서구적 근대화의 격류 떠밀리고 내쳐진 터키 민중의 현실을 자기 글쓰기의 주요 주제로 삼았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그 근대화로 인한 세속화가 가져온 영성의 타락과 원초적인 공동체의 분열을 날카롭게 간파하였다. 그러므로 그에게 민중과 민속은 단지 글쓰기의 소재를 제공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기 안에 깃들어 있는 서구적 근대성의 심연을 해체하는 상상력의 근거지이자 정신적 격전의 거점기지였다. 아나톨리아반도의 일개 소수민족 출신으로 터키를 넘어 세계적인 인물로 우뚝 선 야샤르 케말, 탄압을 겁내지 않았던 이 행동하는 작가는 이처럼 심오하고 범상치 않은 인연들 속에서 태어났다. ??의적 메메드??는 ??말라깽이 메메드(?nce Memed)??(1955)의 한국어 번역본이다. 원제목의 ‘말라깽이’이라는 것이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주인공 메메드를 부르는 호칭 속에 제대로 발육되지 못하고 수난당하며 살았던 온몸의 결핍과 상흔을 부각시키고 있다. 따라서 그의 삶이 추구해야하는 것은 바로 그 결핍을 채우고 상흔을 회복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메메드가 바라는 것은 수탈과 학대가 없는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를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메메드는 그런 온건한 바람마저도 비참하게 좌절당하자 그 추구의 방법을 보다 급진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는 학대와 수탈로부터의 도피라는 수동적인 방법, 자기 개인의 사적인 행복을 위한 탈주라는 소극적 방법으로는 진정한 해방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고 급진적인 행동으로 나아간다. 전래하는 구비설화의 전통을 훌륭하게 이어받은 ??말라깽이 메메드??는 추적하고 추격하면서 추구하는 이야기를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서사로써 펼쳐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터키를 비롯한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 투르크 민족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전래하는 영웅이야기 ??쾨르오울루(Koro?lu)??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메메드의 개인적 결핍을 민중의 역사적 결핍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요컨대 말라깽이 메메드가 의적이 되어야 했던 것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역사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개인을 역사에 봉헌하게 하는 멸사봉공의 서사를 재현하지 않는다. 메메드가 헌신한 것은 국가나 전체가 아니라 공동체였고 자연이었다. 메메드의 주체성을 단순하게 서구적 근대성이 주조한 개인이라는 관념으로 환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중영웅이야기와 교양소설이라는 두 개의 서사적 축을 결합시킴으로써 동서와 고금의 서사적 유산을 훌륭하게 융합하였다. 원초적인 공동체와 민중주의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고래의 민중영웅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전유하여 고전적 교양소설의 선형적 순응화의 틀을 교란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교양소설의 형태론적 특질을 도입함으로써 정태적인 민중영웅이야기의 설화적 도식을 깨뜨리고 서사를 역동적으로 굴절시켰다. 민중영웅이야기와 교양소설의 융합은 나르키소스적인 개인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공통체적 인간의 모색을 통해 서구적 근대성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미학적 도전이기도 했다.교양도서 추천 - 기초교양대학 전성욱 교수님 처음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끝